달릴 때 행복해진다는, ‘러너스 하이’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까요?
아래 글을 통해, 함께 알아 봅시다.
달리는 자의 특권, 러너스 하이
러닝에 푹 빠져드는, ‘러너스 하이 느끼는 법’
러너스 하이는 단순히 기분 좋은 느낌을 넘어선다. 달리는 도중이나 끝낸 직후 찾아오는 이 특별한 상태는 불안감을 씻어내고 통증을 잊게 하며, 깊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선사한다. 어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듯한 몰입감을 느끼기도 한다. 오직 장거리 주자만의 특권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사이클링이나 수영처럼 격렬한 유산소 운동으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황홀경은 모두에게, 언제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달리기를 막 시작한 초보에게는 달콤함보다 고통이 먼저일 수 있다. 마치 멋진 칵테일처럼, 러너스 하이는 적절한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30분 이상, 꾸준히 중강도 이상의 달리기
오랫동안 러너스 하이의 비밀은 엔도르핀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ECS), 그중에서도 ‘행복 분자’라 불리는 아난다미드(AEA)에 주목한다. 엔도르핀은 뇌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지만, 아난다미드는 혈뇌 장벽을 통과해 기분과 통증, 불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엔도르핀 수용체를 막아도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러너스 하이는 아난다미드뿐 아니라 페닐에틸아민, 도파민, 세로토닌, BDNF 등 다양한 신경화학 물질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교향곡과 같다. 이 정교한 시스템의 ‘튜닝’이 잘 되어 있을수록 러너스 하이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나만의 ‘골디락스 존’ 강도 찾기
러너스 하이를 유혹하려면 강도 조절이 핵심이다. ‘높되, 너무 높지 않은’ 상태, 즉 통증보다는 적절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도하는 ‘골디락스 존’을 찾아야 한다. 최대 심박수의 70~85% 범위나 RPE(지각된 운동 강도) 7~9 수준이 이상적이다. 이 강도에선 제대로 대화하기 어렵다.
단순히 달리는 시늉이 아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행위가 러너스 하이로 가는 지름길이다. 최소 30분 이상, 전문가들은 1~2시간, 숙련자는 90~150분 연속 달리기를 권하기도 한다.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강도, 이것이 러너스 하이의 연금술이다.
꾸준함 위에 ‘변화’ 더하기
몸은 간사해서, 똑같은 루틴에는 쉽게 적응해 버린다. 러너스 하이를 계속 만나고 싶다면 꾸준함에 변화를 더해야 한다. 매주 똑같은 거리와 속도로 달린다면 러너스 하이를 유발하는 자극이 줄어든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파틀렉처럼 강도를 변화시키는 훈련을 섞어주자. 고강도와 회복을 반복하거나, 속도를 예측 불가능하게 바꿔가며 “낯선 것으로 신체에 도전하는” 것이다. 러너스 하이는 결국 “노력으로 얻어지며”, “자신을 밀어붙이는” 결과물이다. 꾸준함은 바탕을 만들고, 변화는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훈련
러너스 하이가 자주 ‘몰입 상태’로 묘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불안을 다스리는 마음 챙김 연습이 이 몰입을 돕는다. 달리기 전후 짧은 심호흡으로 시작하고, 달리는 동안 발소리, 지면의 감각, 주변 풍경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보자.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라도 판단 없이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를 통해 러너스 하이의 효과를 받아들일 정신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달리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역동적인 명상이 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리듬과 함께
러너스 하이는 종종 자연 속에서 달릴 때 더 깊어진다. 숲길이나 해안가처럼 새롭고 자극적인 풍경은 감각을 깨우고 러너스 하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외부 환경의 감각적인 풍요로움이 뇌의 신경화학 과정과 시너지를 일으켜 행복감과 몰입 상태를 가속화한다.
또한, 음악이나 함께 뛰는 파트너의 발소리에 맞춰 달리는 것도 좋다. 움직임 템포를 맞추면 생리적 부담이 줄고 효율이 높아져, 러너스 하이에 필요한 강도와 시간을 더 쉽게 유지할 수 있다.
기본이 충실할 때, 러너스 하이는 찾아온다
러너스 하이는 달리는 순간만의 결과가 아니다. 양질의 수면은 엔도카나비노이드 생성에 필수적이며, 특히 아침에 이 수치가 높다는 점은 아침 달리기의 이점이다.
복합 탄수화물, 단백질, 건강한 지방이 균형 잡힌 식단은 물론,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의 균형, 다크 초콜릿이나 강황 같은 특정 음식은 ECS 기능을 지원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러너스 하이를 위한 탄탄한 기초가 된다. 몸이 준비되어 있을 때, 그 황홀경은 더 쉽게 문을 두드린다.
‘빠르게’는 ‘최적화된 학습’을 의미한다
“빠르게”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법을 찾는다면, 초보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며, 꾸준한 훈련과 새로운 자극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빠르게’라는 것은 즉각적인 마법이 아니라, 조건을 최적화하여 학습과 적응 곡선을 ‘가속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인내심과 자신을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러너스 하이가 오지 않는다면, 훈련의 강도나 시간, 꾸준함, 변화 부족, 수면이나 영양 상태, 또는 개인적인 특성 때문일 수 있다. 속도 같은 성과에 매몰되거나 스트레스가 많아도 몰입 상태와 멀어질 수 있다. 러너스 하이는 당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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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이 선사하는 궁극적 가치
비록 러너스 하이의 황홀경이 매번 찾아오지 않더라도, 꾸준한 달리기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심혈관 건강 개선, 체중 관리, 정신 건강 증진, 불안 및 우울감 감소, 스트레스 완화, 집중력 향상 등 수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러너스 하이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이끈다. 러너스 하이는 단지 짜릿한 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기능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며,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일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