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러너스 하이 부작용’

러너스 하이 부작용, 그 위험한 유혹

달리는 이에게 러너스 하이는 마치 신에게 허락된 짧은 축복과도 같다. 몸은 가볍고, 마음은 더없이 평온해지며,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드는 기분. 이 짜릿한 순간, 아난다마이드 같은 신경화학 물질들이 뇌에 직접 작용하며 행복감과 통증 완화 효과를 선물한다. 하지만 이 달콤한 쾌감을 좇다 보면 예상치 못한 그림자와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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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and after cleaning up a mans messy looking eyebrow hairs. 18 1

신체 부상(러너스 니, 아킬레스건 염, 신 스플린트)

러너스 하이가 선사하는 진통 효과는 양날의 검이다. 통증을 덜 느끼게 해 달리기를 지속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부상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를 무시하게 만든다. 작은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보면,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쌓여 러너스 니, 아킬레스건 염, 신 스플린트 같은 흔한 과사용 부상이 찾아온다. 특히 피로 골절은 무릎이나 발, 고관절에 발생하기 쉽고,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진통 작용 때문에 부상 초기 신호를 놓치기 쉬워 더 위험하다.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끝없는 쾌락 추구, ‘금단 증상’

러너스 하이가 주는 강렬한 쾌감, 특히 도파민 분비로 인한 보상 시스템은 운동을 반복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하지만 이 쾌감에 대한 추구가 통제력을 잃으면, 건강한 습관이 아닌 운동 중독으로 변질될 수 있다. 운동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운동을 쉬면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는 금단 증상을 겪으며, 원하는 효과를 위해 운동량이나 강도를 계속 늘리게 된다. 심지어 부상을 입거나 건강 문제가 생겨도 운동을 멈추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이나 정서 조절의 어려움 같은 심리적 배경이 운동 중독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몸을 소진 시키는, ‘운동 증후군’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기 위해 몸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과도한 운동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 OTS)에 빠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피곤한 상태를 넘어 만성적인 피로, 근육통, 수면 장애, 과민성, 심지어 우울감이나 운동 동기 상실까지 유발하는 복합적인 상태다. 충분한 회복 없이 훈련 강도를 갑자기 높이거나, 통증을 참고 매일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발생하기 쉬우며, 회복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1참고문헌-The Truth Behind ‘Runner’s High’ and Other Mental Benefits of Running

불면증

격렬하거나 장시간의 러닝 후에는 이 러너스 하이가 도리어 숙면을 방해하는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운동 중 그리고 운동 후에 과도하게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들이 바로 그 주범이다. 이들이 몸을 각성 상태로 유지 시켜 잠들기 어렵게 만들고, 설령 잠이 들어도 깊은 잠을 방해하는 된다.2참고문헌- Why Can’t I Sleep After a Hard Workout or Race?

심장 질환

적당한 달리기는 심혈관 건강에 이롭지만, 장시간의 고강도 지구력 운동은 오히려 심장에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성적인 과도한 달리기는 심방과 우심실에 부담을 주거나, 운동 시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운동유발성 고혈압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드물게 운동 중 심장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일부 연구는 너무 과한 달리기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만큼 심장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한다.3참고문헌- 11 Reasons Your Heart Rate is High on Easy Runs

현기증/어지러움

목마름을 무시한 채 달리거나, 혹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질주를 감행했을 때, 당신의 몸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경고를 보낼 수 있습니다. 바로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이죠. 이는 단순한 피로 이상의 신호입니다. 달리기의 쾌감에 취해 간과하기 쉬운, 몸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입니다.4참고문헌- What Can Cause Dizziness After A Workout?

건강한 러닝을 위한 균형 감각

러너스 하이의 긍정적인 효과를 안전하게 누리려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러너스 하이의 쾌감과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명확히 구별하고,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운동 중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가 진단 기준에 해당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량은 주당 10% 이내로 점진적으로 늘리고, 충분한 휴식일을 확보하며, 발에 맞는 신발과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부상 예방의 핵심이다. 러닝 외에 근력 운동이나 스트레칭, 다른 저충격 운동을 병행하는 교차 훈련 또한 신체 균형을 맞추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다.